독서 노트 쓰기 - 책을 온전하게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
요즘 독서하면서 독서노트를 사용하니 책 읽는 것이 더 즐거워졌습니다. 그동안 왜 독서노트를 쓰지 않았나 아쉽기도 할 정도입니다. 독서노트를 통해 책을 읽으며 온전하게 내 것이 되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내가 무엇을 할지에 대해 좀 더 명확해지더군요. 독서노트라고 해서 거창할 것 같은데 처음에는 책에 밑줄만 그어가면서 해도 됩니다. 구체적인 방법은 아래를 참고하세요.
책을 많이 읽기보다는 제대로 읽기
요즘은 책을 잘 읽지 않기도 하지만 대충 읽는 경우도 많습니다. 읽고 나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서점에서 흥미로울 것 같아서 샀는데 이미 구매한 책이기도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바로 독서 노트를 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독서노트를 쓰게 되면 내가 읽은 책의 내용을 더 분명하게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문장을 수집함으로써 다음에 필요한 상황에서 나에게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독서노트는 책을 제대로 읽는데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린왕자(생떽쥐베리)라는 책은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고, 어른도 읽을 수 있습니다. 누가 읽어도 재미있고, 생각을 나눌 수 있습니다. 특히 아래 문구는 정말 예술이지요.
- 어린 왕자 : "이리 와서 나하고 놀자. 난 아주 슬프단다."
- 여우 : "난 너하고 놀 수 없어. 나는 길들여져 있지 않거든."
여우는 우리에게 특별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길들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부연해서 설명합니다.
여우 : 넌 아직 나에게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소년에 지나지 않아. 마찬가지로 너한테 나도 하나의 여우와 다름없지. 그래서 난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너 역시 마찬가지일 거야.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겐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바께 없는 존재가 될 거야"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렇게 좋은 문장을 찾아내는 것이고, 그 좋은 문장이 내 세상과 만나 나에게 의미가 있는 문장이면 됩니다. 아이들에게 이런 문장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고, 성인이 되어서 다시 읽을 때,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책을 읽는 것은 책을 길들이는 것이고, 그럴때 그 책은 나에게 의미가 되어 다가옵니다.
밑줄 긋기부터 시작하기
책을 깨끗이 읽는 사람들도 있고, 밑줄을 그어가며 읽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편에 속하나요? 저는 책에 밑줄을 긋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에 밑줄을 그어두면 나중에 책을 다시 읽을 때, 좀 더 빠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한 번만 경험해보면 2 회독 3 회독이 너무도 쉽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밑줄 긋는 방법
- 책의 내용 중에 저자가 하려는 중심 이야기에 밑줄 치기
- 책의 내용중 나에게 의미가 있는 곳에 밑줄 치기
- 나중에 참고할 문장에 밑줄 치기
이렇게만 하면 되니 아주 쉽지요.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밑줄을 치게 되면 다른 문장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읽을 때, 과거의 내가 여기에 왜 밑줄을 쳤을까? 그땐, 이 문장이 의미가 있었구나. 하며 과거의 나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읽을 때는 다른 색의 펜으로 밑줄을 치면 나중에 여러 가지 색으로 밑줄이 쳐진 책을 볼 수 있고, 그것은 나의 의 성장을 의미하게 됩니다.
정약용은 책을 읽을 때 밑줄만 친 것이 아니라 좋은 문장들을 그대로 따라서 노트에 적었습니다. 이를 초서라고 합니다. 좋은 문장을 적어두고 자주 읽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500여 권의 책을 펴냈지요. 좋은 글을 모아 두고, 많이 읽는 것은 이렇게 나중에 책을 쓸 때에도 큰 자산이 됩니다.
나의 떠오르는 생각 적기
밑줄 치기는 대부분의 독자가 하는 것이지만 책의 빈 여백에 메모를 남기는 것은 누구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데 사라져서 답답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내 생각이 사라지기 전에 떠오른 생각을 적어두는 것은 인간의 기억을 믿지 않고 기록의 힘을 믿는 것입니다. 책을 읽다가 궁금한 점이 있다면 그것을 적어두면 언젠가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기도 합니다. 혹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내용으로 내가 책을 쓸 수도 있겠네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신 인생을 가장 짧은 시간에 위대하게 바꿔줄 방법은 무엇인가?
독서보다 더 좋은 방법을 알고 있다면 그 방법을 따르기 바란다.
그러나 인류가 현재까지 발견한 방법 가운데서만 찾는다면
당신은 결코 독서보다 더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없을 것.
다산 정약용은 위에서 말한 대로 초서(鈔書) 뿐만 아니라 이렇게 떠오르는 생각을 잡기 위해 메모하는 '질서(疾書)'를 같이 했습니다.
질서의 질 疾은 병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빠르게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생각을 빠르게 쓰는 것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독서 노트 쓰기
위에서 말한 초서와 질서를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독서노트를 준비합니다.
만약 한 번도 독서 노트를 써본 적이 없다면 조금 색다르게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먼저 노트와 펜을 준비합니다. 이때 노트와 펜을 좀 의미 있는 것으로 준비해보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만년필을 사용해본다든가, 볼펜을 좀 특별한 것을 사본 다 든가 하는 것처럼 뭔가 소중한 느낌이 들도록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노트도 실제 서점이나 문구점에 가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보는 것이지요.
물론 꼭 비싸고 좋은 것을 사야 독서노트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뭔가 안 해본 것을 해보는 데에는 새로운 느낌과 기분 좋은 느낌으로 시작해보자는 의미입니다.
노트의 맨 첫 장은 목차를 쓰는 란으로 놔두고 두 번째 장부터 기록합니다.
처음에는 초서만 해도 괜찮습니다. 책에 밑줄 친 것들을 한 번 더 읽어보면서 그대로 발췌하여 옮겨 적는 것이지요. 옮겨 적으면서 다시 마음에 새길 수 있습니다. 글씨는 못써도 상관없지만 정성스럽게 쓰는 듯한 느낌으로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적어봅니다.
그럼 한 페이지가 될 수도 있고, 두 페이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 페이지만 써도 되고 열 페이지를 써도 되니 부담 없는 범위 내에서 써봅니다.
그러다가 의문점, 아이디어, 나한테 적용해볼 만한 것들이 있으면 같이 쓰면 됩니다. 그것이 바로 질서(疾書)가 되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해서 한 권의 책을 정리하고 다음 페이지에 여백을 하나 두고 그다음 책을 읽고 쓰는 것을 반복하면 됩니다.
이렇게 해두고 다시 읽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다시 독서 노트를 읽으며 모아놓은 글과 내 생각, 궁금증, 아이디어를 읽으면서 다시 추가해야 할 생각, 아이디어가 있으면 여백에 추가해 나가면 됩니다. 이렇게 작성하다 보면 궁금증이나 아이디어가 구체화하는 생각의 폭발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면 그 생각을 또 적고, 내가 해야 할 것들을 적고 실행하면 진정 내 것이 되겠지요.
책을 읽으며 무지를 깨닫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아는 세상을 넓혀가는 것과 동시에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었는지를 더 알게 됩니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책을 쓴 사람들이 많은데, 내가 모르는 영역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는 지적 탐구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여러 가지 취미 중에 가장 톱클래스가 바로 책을 읽고, 노트에 기록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평생 책을 읽고, 노트에 적고, 이것을 내 것으로 음미하고, 나의 세상의 경계를 넓히는 데 사용할 수 있다면 이것만큼 좋은 취미가 있을까요?
반드시 독서노트를 써보고 이런 좋은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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